2019년 10월 24일
율피랑 연숙이의 일기를 읽고 슬퍼졌다. 친구들이 힘들면 슬프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원밖에 할 수 없다. 아니면 범사에 감사하여 기원이라도 할 수 있음에 고마워해야 할까? 좆같은 놈들이 살기엔 적절한 곳인 재미 없는 대학원 수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의 일기를 읽어서 슬픈 것일수도 있다. 아니 내 침대에 누워서 친구들의 일기를 읽었어도 슬펐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 친구들이 고생을 하는 게 싫다 좆같은 놈들이 서식하는 대학원 수업에 갇혀있음 공부를 하고 싶다. 너무너무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졌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그러면 훌륭한 결과물을 내 놓을 것이라고 나는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해도 공부를 하고 싶을 수는 있을 것 아닌가! 나는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잘’ 하지 못해서 공부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오해했고 공부가 저주처럼 나한테 달라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나는 공부를 잘 하고 싶었던 거고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내가 만족할 만큼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공부를 하고 싶다’로 내 바람을 바꾸니까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다. 하고 싶지만 못 할 수도 있고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공부를 해야 한다’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앞으로 그러지 못할까봐 불안한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로 상황이 나쁘진 않다. 그래서 아무튼 괜찮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너무너무 하고 싶다. 건강해져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안락한 집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어려운 꿈이지만 상관 없다. 어쨌든 나는 그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