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직장?
다닐만하다

일기는 딱히 여기에 쓸만하지 않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매일 업무일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휴일 빼고 9월 내내 직장에서 일기를 썼다
나는 일기 쓰기의 천재이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다

발저의 글이 새삼 소중되다고 느낀다
요새 발저의 <타너가의 남매들> 읽고 있다
이거 다 읽으면 국내에 번역된 발저 책은 다 읽은 것이다

벤야멘타 하인학교에서 배운대로 직장에서 "살고 있다"
직장 근처 자취방에 들어 오면 가만히 누워 있는다
누워 있는 게 좀이 쑤시면 미친듯이 청소를 한다

과소비하지 않으면서 쉴 곳을 쾌적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청소다 
싱크대에 설거지거리가 쌓이지 않도록 바로바로 설거지를 한다
얼마 전엔 분리수거도 했다

서울에선 분리수거가 편하다
그냥 봉투에다 때려 넣고 길거리에 두면 된다

<폐기물 배출 금지>라고 써 붙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린다
이사하자마자 집 주인한테 "여기에다 버려도 돼요?"라고 물었는데 된다고 했다
그러면 왜 폐기물 배출 금지 라는 코팅된 종이 안내문을 붙인 건지 모르겠다
그 안내문은 오래 됐는지 빗물에 불고 잉크가 번지고 더럽다
아무튼 신기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추석 전날엔 참을 수 없어서 친오래비한테 화를 냈다
친오래비는 왜 시비를 거냐고 씩씩거리다가 제 분에 못 겨웠는지 내가 사과하고 나서도 계속 아 빡치네 진짜 시비 거는 놈들이 왜 이렇게 많지 앞으로 시비 거는 놈들 있으면 다 죽여버릴거야 이랬다
나는 제발 오빠가 나를 죽여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빠는 그냥 제 자취방으로 갔다

직장에 다니고 나서 한없이 웃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미친 여자처럼 울어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참고 있다
예전에도 말했던 거 같다
아무튼 내가 뭘 참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뭘 참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파편처럼 흩어질 거 같은 기분이 들면 나는 약을 먹고 잔다
자고 일어나면 출근 시간이고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회사에 간다
회사에 가서 거기 있는 사람들한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열심히 커피를 내린다
열심히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열심히 일 해버리는 나 자신을 깨달으며 대충 그렇게 회사에서 10시간 정도 있다가 자취방에 온다
자취방에 와서 취침약을 먹고 눕는다

당분간 이렇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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