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
공부에 마음이 떠났다고 했는데 최근에 산 것들은 죄다 앉아서 공부하는 거랑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6만원짜리 허리쿠션, 비판이론에 관한 책 두 권, 뭐 거의 10만원은 가뿐히 넘는 소비를 며칠 사이에 아무 생각 없이 저질렀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심했기 때문이다. 요새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심심함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고, 졸리거나 몸이 아파서 누워 있을 때에도 사지가 꿈틀거리고 다리가 떨린다. 그 탓인지 자꾸 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이건 좋다) 심심함을 나 혼자서 어떻게든 감당해 보려고 게임을 마치 공부처럼 한다던지 아니면 내가 아는 모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모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건다 <- 이 일이 굉장히 수치스럽다 왜냐하면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서... 친구랑 대화하면서 나 자신이 대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자기연민에 가득찬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깨닫는데 그걸 멈추기가 아주 힘이 들어서... 남 보기가 부끄러운데 나 혼자서 나 자신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계속 사람들을 보려고 한다... 이런 것들... 애써 괜찮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괜찮았으면 좋겠다 어딘가 잘못되었고 크게 망한 거 같고 모든 게 무의미하다 <- 이 생각을 안 하려고 계속 다리를 떨고 손을 물어뜯는다 글쓰기 조교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 교수님이랑 통화하면서 앞으로 할 일들을 받아 적고 있으니까 할 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계속 최악을 상상하고 아무튼 평가받는다 <- 사지가 뻣뻣해진다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