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7일
건강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세상에게 화가 나고 그랬다. 실망과 분노를 자각하니까 오히려 우울이 사라졌다. 실망과 분노를 인정하는 것도 나 자신을 긍정하는 일의 일환이라 그런 것일수도 있다. 입시에 떨어지면 더 이상 대학원에 가려고 애쓰지 않겠다 마음 먹었다. 자아실현에의 욕심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즐겁게 사는 게 우선인 것 같고, 학자가 되는 일이 즐거움을 희생하면서까지 꼭 이뤄야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에는 학자가 아닌 나 자신을 상상하기 싫었는데, 아마 학자 아닌 나 자신이 실패한 나 자신으로 생각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지금은 학자 아닌 나 자신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로지 한 길에만 집착하는 것은 마치 한 동앗줄에만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일과 다름 없고, 그 동앗줄이 끊어지면 완전 망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동앗줄로 내 몸을 묶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하기 싫어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일로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사는 건 어찌 보면 단순해서, 그냥 밥 한술만 넘기는 것도 사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밥 한술만 넘기고 숨만 쉬며 사는 것도 어쨌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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