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1일

우울도 만만찮게 나를 괴롭히지만, 슬픔이야말로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든다. 나는 슬프다. 어떻게든 나의 고군분투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나의 시도들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해서. 나는 내 분수에 맞지 않은 꿈을 꾼 걸까? 아니면 내가 게으르고 멍청해서 꿈을 실현하는 일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걸까?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나는 슬프다. 자기인식이 부정적인 쪽으로 왜곡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으나, 부정으로 쏠리는 인식을 온 몸으로 막는 데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다. 정말로 내가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이면 어떡하지? 내가 내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미련한 주제에 끈기가 없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이번 학기에 수강하게 된 서양근대철학특강 수업은 꼭 좋은 성적을 맞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이 수업과 이 수업을 이끈 선생님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당장 4시간 후 기말고사인데, 너무 슬프고 괴로워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저번 목요일에 받게 된 불합격 소식 때문에 나는 기말고사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평소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도 못한 주제에, 막판 벼락치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 내가 학자를 꿈꿔도 되는 것이었을까? 엄마는 그렇게 힘들어하고 잘 못하는데 왜 어려운 길을 택하느냐고 말했다. 나는 엄마의 말에 설득당하고 있다. 그런데 포기하는 게 힘들다. 내가 정말 학자로서의 꿈을 버릴 수 있을까? 취직 준비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나는 울고 싶다. 나는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그래서 쉬고 싶은데, 점점 마음 놓고 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간다. 이런데도 살아야 할까? 친구들한테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을 때, 친구들은 "네가 죽으면 나는 무척 슬플거야"라고 했다. 친구들이 댄 이유는 나에게 호소력이 있었고, 그래서 열심히 살고자 했다. 지금은 자신이 없다.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는 것 같다.

일단 일기로 털어놓았으니, 다시 손에 안 잡히는 공부를 억지로 부여잡고자 한다. 여전히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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