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3일
요새는 자기 전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다. 저번에 모텔에 가서 잠든 애인을 옆에 두고 심심해서 티비를 켰는데, 우연히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연 다큐멘터리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넷플릭스에서 적당한 것을 찾아서 보고 있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집중해서 볼 필요가 없어서 좋다. 인간 놈들이 미지의 자연을 헤집고 들어가 카메라로 찍은 진기한 자연 풍경과 거기에 사는 생물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그것들의 색깔과 움직임들에 의해 나는 일종의 미적 무관심성의 상태에 돌입한다.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게 일종의 영적 명상처럼 느껴진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문법상 늘 포식자와 피식자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숱하게 등장했고,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들은 꼭 그러한 장면에 비장미 어린 서사를 부여하곤 했다. 포식자들, 특히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포식자들은 지치고 굶주려 있기에, 먹이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린다. 피식자들은 살기 위해 그들 또한 열심히 달린다. 운이 좋으면 포식자는 먹이를 잡을 수 있고, 역시 피식자 또한 운이 좋으면 살아 남을 수 있다. 늘 힘이 없어 드러누워 있는 나라는 인간 눈에는 포식자와 피식자 모두 엄청나게 애를 쓰며 사는 것 같아서, 선악이 없는 자연에는 사실 선악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당연히 자연에는 선악이 없다. 그냥 생물체들은 애를 쓸 뿐이다...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이 생물체들이 애를 쓰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오히려 자연보다는 인간 세계에 대한 생각만 더 많아졌다. 윤리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간과 세계와 윤리 등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나의 마음을 흐뜨려놓지는 않는다. 일단 내가 자기 전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그것이 내 신경을 곤두서게 하지 않아 숙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을 30분만 보면 영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핸드폰을 끄고 잔다.
아무튼 요새 자연 다큐멘터리 감상이라는 새로운 명상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p.s.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니 다음 생에는 꼭 동물로 태어나지 말고 식물, 특히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자연 다큐멘터리는 집중해서 볼 필요가 없어서 좋다. 인간 놈들이 미지의 자연을 헤집고 들어가 카메라로 찍은 진기한 자연 풍경과 거기에 사는 생물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그것들의 색깔과 움직임들에 의해 나는 일종의 미적 무관심성의 상태에 돌입한다.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게 일종의 영적 명상처럼 느껴진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문법상 늘 포식자와 피식자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숱하게 등장했고,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들은 꼭 그러한 장면에 비장미 어린 서사를 부여하곤 했다. 포식자들, 특히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포식자들은 지치고 굶주려 있기에, 먹이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린다. 피식자들은 살기 위해 그들 또한 열심히 달린다. 운이 좋으면 포식자는 먹이를 잡을 수 있고, 역시 피식자 또한 운이 좋으면 살아 남을 수 있다. 늘 힘이 없어 드러누워 있는 나라는 인간 눈에는 포식자와 피식자 모두 엄청나게 애를 쓰며 사는 것 같아서, 선악이 없는 자연에는 사실 선악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데 당연히 자연에는 선악이 없다. 그냥 생물체들은 애를 쓸 뿐이다...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내가 어떤 짓을 하든 이 생물체들이 애를 쓰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오히려 자연보다는 인간 세계에 대한 생각만 더 많아졌다. 윤리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인간과 세계와 윤리 등등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것이 나의 마음을 흐뜨려놓지는 않는다. 일단 내가 자기 전에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그것이 내 신경을 곤두서게 하지 않아 숙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을 30분만 보면 영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나는 핸드폰을 끄고 잔다.
아무튼 요새 자연 다큐멘터리 감상이라는 새로운 명상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p.s.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니 다음 생에는 꼭 동물로 태어나지 말고 식물, 특히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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