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5일
저번 토요일에 사라잔마이 다 봤다. 이쿠하라 작품을 처음 본 건데 보고 나서 이쿠하라의 퀴어력 잘 알겠습니다 상태 됨... 진짜로 후장에서 구슬을 뽑아 내는 애니가 세상에 어딨어요 (이쿠하라가 만듦) 마지막은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 에반게리온 TVA 후반부 같아서 웃겼고, 퀴어한 게 늘 그렇듯 갑자기 라캉 모먼트 나와서 당황했는데 (욕망 착취 욕망의 강을 건너라 욕망을 잇는 자만이 살아갈 수 있어 보면서 ㅋㅋ 되고 욕망이랑 사랑 구분하는 것도 지극히 라캉적 논리) 아무튼 이상해서 보는 내내 ㅋㅋㅋㅋ ????? ㅠㅠ 됐다. 사라잔마이에서 시리코다마(라고 쓰고 욕망을 품은 전립선으로 읽어도 무방) 추출해내면 세계와의 유대인지 뭐시기가 끊어져서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로, 완전히 무화된다는 설정이 있는데, 중간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남자애(남동생을 위해 여자 아이돌 민망복장초변태음란개막장CD를 함)가 자기 남동생 구하려고 자기의 존재를 무화시키려는 게 있는데 그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완전히 없던 걸로 된다면, 나로 인해 빚어진 문제도 해결되고 한편 내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도 모두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그걸 상상하자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아예 무화되는 공포가 더 극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엄마가 나를 낙태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결국 난 죽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렇게 살기가 싫은 건지 잘 모르겠는 상태가 되었다. 언젠가 허이모는 죽어가는 나한테 “너는 죽고 싶은 게 아니야, 너 살고 싶어하잖아, 그런데 잘 안 되니까 그러는 거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그런가? 했다. 사실 지금도 그런가? 그런가? 싶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괜찮아질지, 나는 진짜 지쳐서 죽음을 바라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때문: 원하는 대로 살기는 쉽지 않음, 심지어 내가 원하는 게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음, 결국 아모르-파티 해야 하는데 그걸 할 힘이 없음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