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4일

1월 7일 화요일

희철이랑 푸름이랑 준호랑 논자시 스터디를 했다. 서양근대철학 과목으로 스터디를 하는데 사실 나는 대학원에 계속 다닐지 모르겠는 상태였고 시험을 치룰 깜냥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놀러 온다는 느낌으로 참여했고 푸름이는 다른 과목으로 시험을 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4명 중에서 확실하게 근대철학을 보는 애는 2명밖에 없는 이 이상한 스터디를 끝내고 나랑 준호는 푸름이 집으로 갔다. 푸름이 집에 가는 동안에 애들한테 진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준호는 내가 대학원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이 공부하고 싶고, 내가 연구한 결과물을 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내가 그래서 돈이 없어서 못 살겠다고, 너 내가 대학원 다니면 50만원 줄 거야? 이렇게 말했는데 준호가 진짜로 토스로 나한테 50만원을 보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상한 내기? 도박? 같은 것으로, 내가 대학원에 계속 남아 있겠다고 마음 먹으면 50만원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혹은 못하면 못 받는 걸로. 그때 준호는 곧 강남에 있는 어학원에 가야 돼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대충 30분 정도였다. 나는 결국 그때 결정을 내리는 데 실패했고, 아무튼 준호에게 50만원을 걸 정도로 내가 대학원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는 진심의 무게를 잘 알았다고 말했다. 정말로 준호는 내가 대학원에 갈래! 라고 말했다면 50만원을 입금했을 것이다. 진짜 준호가 없었더라면 자살했을지도 모르겠다.

1월 9일 목요일

아침 11시에 상담을 잡았는데 10시 반까지도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10분 넘게 지각했는데, 진짜로 전신에 힘이 안 들어갔고 정신은 몽롱했다. 상담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말도 못 하겠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상담 선생님은 굳이 상담에서 힘 쓰지 말고 그냥 그 힘든 상태에 머물러 있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소파에 약간 눕다시피 삐딱하게 앉았고, 힘 빠지는 목소리로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 보니 조금 기운이 나는 것도 같았다. 아무튼 상담을 끝내고 정말 기운이 없어서 논자시 스터디에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못 간다고 하고 본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계속 누워 있었다. 낮잠도 자고, 자고 일어나서는 유튜브 보다가 다시 취침약 먹고.

(1월 10일 쓰다가 귀찮아져서 다음에 쓰기로 함)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샤오미 게임패드 리뷰 및 샤오미 pc에 연동하는 방법

2022년 2월 10일

2021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