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0일

설 연휴부터 어제까지 매일매일 알차게 놀았다.

설 연휴: 누워서 용과 같이 7 게임실황 정주행, 엄마랑 송도 가서 삼계탕 먹고 센트럴 파크라는 공원에서 산책하고 본가 근처 카페에서 커피 마심

어제: 댜른이가 발표하는 프랑스철학 월례발표회 끝나고 라캉이랑 이리가레로 학부 논문 쓰시고 페미니즘 철학에 관심 있는 철학과 대학원 신입생 분 소개 받고 민규랑 댜른이랑 단골 보드게임 카페 가서 실컷 게임하고 허이모 집 가서 보쌈 먹고 약 새벽 2시에 택시 타고 귀가해서 2시까지 잠

화요일엔 뭐 했더라... 기억력의 천재라고 자부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고 화요일 저녁에 스팀으로 용과 같이 0 1시간 정도 플레이했던 것만 생각남

월요일엔... 과외 3시간 하고 몇 주 전에 소개 받은 페미니즘 연구하시려는 석사과정생 분이랑 밥 먹고 이야기했다.

이거 쓰니까 화요일에 뭐 했는지 기억이 났는데 바로 쑥쑥이님네 집에 놀러 간 거였다 (어떻게 이걸 까먹을 수가 있냐) 쑥쑥님이랑 쑥쑥님 남편이랑 남편 분 친구랑 셋이서 아파트에서 사시는데 아파트는 80년대 양식의 그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내부는 리모델링해서 아주 번듯했다. 쑥쑥님 친구분이 핫케이크 구워 주시고 쑥쑥님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내려 주시고 저녁에는 중식 레스토랑에서 밥도 얻어 먹었는데 너무 너무 좋았다!! 나도 빨리 번듯한 내 집 하나 가졌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째 기숙사에서 사는 중) 그러면 친구들 불러서 게임도 하고 뭐도 해 먹고 그럴 텐데... 요새 든 생각은 나는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는 거고 친구들이랑 유튜브로 게임 실황 같이 보는 게 너무 좋다는 거였다. 실제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은 적은데 아무튼 나는 유튜브로 게임 실황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인데놀을 빼고 메틸페니데이트를 먹으니 기운이 난다. 대신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데 오늘은 유독 심한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두통이 좀 있다. 그래도 무기력해서 하루에 3시간만 기동할 수 있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낫다. 뭘 하고 싶다는 의욕이 나고 그래서 신이 난다. 그래서 자살에 흥미를 잃었다. 죽고 싶은 거야 늘 죽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그것을 실행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고 재미 없어졌다. 지금은 그냥 놀고 싶고 읽고 싶은 책 읽고 싶다.

댜른이의 어제 발표는 좋았는데 다들 댜른이의 글을 보고 정리를 잘 했는데 결국 주장하고 싶은 바가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에 댜른이가 좀 속상? 상심? 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댜른이가 쓴 글이 못 쓴 글이 아닌데 본인은 방향성이 확실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댜른이를 껴안고 토닥토닥 해주고 잘 했다는 칭찬도 많이 해 주었다. 나는 댜른이가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바를 찾아 방향성 있고 근거도 탄탄한 그런 좋은 글을 쓸 거라고 믿는다.

어제 허이모 집에서 보쌈을 먹고 잠깐 쉬는 동안 허이모 서가에 꽂혀 있는 최승자의 첫 시집을 꺼내 읽었다. 이미 다 읽어 본 시인데 그때 그 순간 그 글은 또 나를 사로잡고 무언가 슬퍼졌다.

현재 내 상태에서의 내 직감은 그대로 대학원 과정을 지속하고 올해에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 후달린 정신 건강과 체력을 감안하여 엄마한테 뻔뻔하게 돈을 받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리미리 기말 페이퍼를 준비해서 글이 펑크나지 않도록 할 자신감이 마음 속에서 솟아난다. 그런데 이 자신감을 밀고 나가도 될까? 그게 두렵다. 사실 뭐 대학원을 계속 가는게 전 재산을 주식에 꼴아 박는 일과는 다르니까 여전히 작년처럼 학기를 실패했다고 내 인생이 크게 망가지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이미 많이 실망했지만 더더욱 실망하다가 결국에는 절망할까봐, 내가 나를 죽일까봐 무섭다. 나는 겁이 많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낱 조센징일 뿐인데 이렇게 비장할 일인가? 내가 뭐 비극의 주인공인가? 싶은데 내가 비극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ㅋㅋ) 내 인생을 어떤 비극으로 생각하는 것도 맞는 듯 하다. 즉 나는 드라마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의식 과잉이 그렇게 세니까 지금 이렇게 사는 거겠지. 아니 그리고 나름대로 건실한 노동자 짓을 하고 있다 (과외 알바 하나밖에 안 하지만) 뭐 그럼 된 거 아닌가?

아닌가?
아닌가?
아모르겠다
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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