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0일
밖에서는 친오래비가 페미니스트는 다 정상이 아니다 요새 정당들은 다 이상하다 나는 남성을 위한 당에 투표하고 싶다 이지랄 하고 지금은 엄마랑 결혼할 여자 어쩌구 이야기하고 싶은데 아 그냥 어디로 도망갈까 싶었는데 벌써 오후 10시 50분이고 서울로 그냥 도망가버릴까 카카오버스를 검색하다가 그냥 핸드폰을 껐다. 한남오래비가 방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실 TV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걸 쓰면서도 무언가가 계속 울컥거리는데 눈을 감으며 꾹 참고 있다.
오늘은 엄마랑 두 번이나 무언가를 같이 한 바람에 (점심에는 외식을 하고 저녁에는 산책을 했다) 오랜만에 박 터지게 싸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PMS 때문에 내가 괜히 더 지랄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에 묶여 있지 말고 좀 행복해 질 수는 없냐고 자기가 좆밥인 걸 인정하고 좀 뭐라도 하면 안 되냐고 얘기하는데 정말 엄마한테서 들으니까 짜증이 나고 그래서 일부러 엄마를 열받게 하는 화법을 구사하며 엄마도 부정 우울충인 주제에 나에게 가르쳐 들지 말아라 이래가지고 산책 끝날 즈음엔 엄마가 진심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거 같았다. 또 싸웠네. 또 서로 상처뿐인 싸움만 남겼네. 가식 없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대화가 이런 식으로 파국으로 치닫다니 정말 지겹다 지겨워 죽겠다 싶었다. 엄마는 오늘 나한테 그럼 제발 죽으라는 소리를 두 번이나 했다. 내가 하도 나는 살고 싶지 않다 죽고 싶다 이 마음은 진짜다를 주장하느라 그런 소리를 들은 것이다. 엄마는 아니 네 말대로 너는 정말 살고 싶으니까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죽으면 되지 않느냐? 라고 물었는데 맞는 말이고? 그래가지고 아까 2시간 전에는 한번 내 방 창문을 열고 그 아래를 쳐다 보았다.
정말 내가 창문 팔걸이에 크게 한 발을 내딛고, 그 다음에 살짝만 균형을 흐뜨린다면, 정말 죽을 수 있을 텐데. 약 10초 정도 아래를 쳐다 보았는데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두 걸음을 내딛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유치하게도 집값과 날씨 탓을 하며 그냥 기숙사에서 떨어져야지 죽더라도 여기서는 죽지 말아야지 정신승리를 하며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서 오랜만에 창문 밖으로 몸을 기울이며 담배를 몰래 피웠다. 이러다가 실수로 균형을 잃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두 걸음도 못 내딛는 내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 줬지만 서른 가까이 된 딸자식이 나잇값도 못하고 엄마한테 심한 말이나 해 버렸지만 엄마는 착실하게 한국의 어머니 수행을 했다. 즉 저녁밥을 차려 줬다는 뜻이다. 아무 것도 하기 싫으면 잠도 자지 말고 먹지도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 그게 진짜로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거 아니냐? 라고 엄마가 말해서 왠지 저녁밥은 굶어야겠다고 생각한 마당에 문 밖으로 “밥 먹어!”라는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을 먹으면서 나는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했고 엄마는 뭐가 미안해 그게 네 본심이잖아 라고 대답했다. 내 본심이었어도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됐었다고 말하자 엄마는 약간 건성거리듯, 투덜거리듯,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그런 투로, 그래 나도 예전부터 미안해하고 있어, 너 어렸을 때 제대로 부모 노릇도 못 하고. 내 잘못이다. 정말 내 잘못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나는 눈물콧물을 쏟았고 빨리 밥을 해치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정말이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답답해서 터져 버릴 거 같았고 칼 같은 게 있으면 피부를 죽죽 그어서 썩은 피를 빼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뇌 전체가 곪아버린 것만 같다. 취침약을 먹었는데 전날밤 너무 많이 잔 바람에 잠이 오지 않는다.
예전부터 유서_초안(1) 같은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보통은 기숙사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기숙사에 도착하면 보통은 피곤하기 때문에 책상 앞에 앉을 겨를도 없이 침대로 뻗는다. 취침약을 먹고 두뇌의 스위치를 끄고 대충 새벽녘부터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보단 오늘도 좆 같은 하루의 시작이다, 라는 생각만 들어서 유서_초안을 쓸 의욕이 없는 것이었다.
엄마아빠에겐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매달 20만원씩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면서 서른 가까이 된 딸자식은 정신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쌍욕만 안 했지 사실상 쌍욕을 하는 게 더 나을 법한 악담을 해대니까 말이다. 그 점만 미안하다. 그외엔 쌍방과실 아님 그건 씨발 너네들의 잘못이 맞아 혹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서로 좆됐습니다 밖에는 없다.
아무튼 내가 자살한다면 그건 엄마아빠 탓이 아니다. 마치 내 우울증이 엄마아빠 탓이 아닌 것처럼, 내가 자살한다면 그냥 내가 그럴 만한 새끼였고 죽을 만한 운을 그때 탄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나한테 죽으라고 (정말 죽으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여러 번 이야기했고 죽고 나서 엄마는 그걸 말했던 자신을 어쩔 수 없이 곱씹게 되겠지. 오늘 점심 때 나는 그걸 엄마한테 직접 이야기하기도 했다. 엄마가 죽으란다고 진짜 죽는 새끼가 병신인 거지. 내가 죽는다면 그건 엄마의 탓이 아냐. 하지만 엄마는 죄책감을 가지겠지. 엄마도 그렇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너무 극단적이고 무슨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한 허황된 이야기나 한다고 말했다. 내가 비장한 오타쿠라서 그렇다. 엄마는 나를 참 잘 안다. 나를 잘 아니까 나한테 뼈 때리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겠지. 역시 PMS 탓이다. (엄마는 남 탓을 그만 하라고 했다. 그놈의 원인을 주체화하렴 이야기 때문에 더더욱 빡쳤다)
그냥 생각 없이 살아 동물처럼 살아 너는 그냥 별볼일 없는 인간이야 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왜 살아야 해? 라고 묻는 나랑 아니 그럼 죽어야 할 이유는 뭐냐고 묻는 엄마. 전적으로 엄마가 맞다.
나는 다 틀렸다. 내 탓은 아니지만 어쨌든 원인을 주체화해야 하는 건 맞는 일이다. 전과 같은 방식으로 내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정말로 “내 탓”을 해야 한다.
이걸 정신과 선생님한테 이야기하면 님은 그럴 역량이 있지만 지금 지친 거라고 조금만 참고 견디세요 라는 말을 듣겠지 그리고 또 정신과 선생님한테 지겨워요 왜 5년 넘게 약을 먹고 나아지려고 애를 쓰는데 하나도 안 나아지는 거냐고 지랄하면 선생님은 죄송해요 라고 하겠지
몇 달 전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 선생님은 그냥 그 자체로 있는 것과 지금의 상태를 느껴보는 것 나에게 조금씩 숨통을 트이게 하는 방법을 알려 줬었는데 선생님 다 까먹었어요 그건 제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에요 변화가 싫어서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어서 외로워서 공허해서 살 가치를 못 느끼겠어서 기억력의 천재인 제가 그것을 아주 능동적으로 망각했어요
나를 화장한다면 제발 제 뼛가루를 가장 하찮고 더러운 곳에 버려주세요 아니면 그냥 편한 곳에 버려주세요 예를 들어 변기 하수구 도림천 학교에 있는 재떨이 단지 같은 곳에 버려주세요
태희는 병신이었어 정말 남들한테 정신병을 핑계로 기대기나 하고 지랄하기만 하고 하여튼 손이 많이 가는 애였어 예의는 어디다 버려뒀는지 마땅히 느껴야 할 수치는 못 느끼고 말이야 아주 사회적으로 부적응아였지 괜히 자기에게 뭐가 있는 줄 알고 자기 일은 제대로 못 하면서 남들한테는 걱정된다는 이유로 가르치려 들기만 하고 말이야. 그리고 걔는 너무 자기 얘기를 많이 했어. 특히 부모 이야기를 엄청 해댔는데 정말 지겨웠지. 툭하면 피곤하다고 그러고 모든 모임에서는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주 독선적이었어 그리고 뻔뻔하게 남의 자취방에 가서 침대가 있으면 냅다 누워버리기나 했지
걔는 운동도 전혀 안 하고 늘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어 전혀 나아지려는 노력을 안 했지 그나마 나는 다른 정신병자와 달리 약을 꼬박꼬박 먹는다는 그 알량한 우월감 같은 것이나 느끼면서 말이야 약에만 의존해댔지 그저 몇 개의 알약을 아침이랑 저녁 때 삼키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걸 삼키고 나서 바깥 공기도 좀 쐬고 공부 안 되더라도 책상에 좀 앉아 있어 버릇하고 심지어 기숙사 사는데 연구실에도 안 가. 그러니까 그렇지. 네 정신이 썩어 빠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야. 누구나 안 좋은 상황은 겪어 그런데 그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지 몇 년 동안 정신병을 핑계로 노력을 안 하는 그런 새끼가 인생에서 성공하겠니?
이것 봐 지금까지 쓴 것도 사실 네 자신을 비판하는 문장이지만 네네 문제많죠 다 알아요 하는 식으로 기만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정말 알긴 해? 정말 인정하긴 해?
정말 나는 억울하다
정말 나는 인정 못 한다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라면 가오가 상해서 죽을 거야
가오 상하는 그게 뭐 어때서
그런 걸로 가오 부리지마 너는 라노베주인공이 아니야 그냥 사람이야
오늘은 사전투표를 했다. 지역후보는 그냥 1번 찍었고 비례정당은 여성의당 찍었다. 여성의당은 정말 일 못하는 비꿘 학생회같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표를 받아서 그들이 하려고 하는 그 페미니즘적인 정치활동이 궁금하기도 해서 찍었다. 사실 투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튀동숲 무값이 324벨로 떡상해서 약 360만벨을 모았다. 이 돈으로 다시 무트코인을 해서 부자가 될 것이다.
뚜부가 소개시켜 준 과외 어머님은 잠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라는 문자를 남긴 뒤 소식이 없다. 그분의 잠시 뒤는 며칠 뒤인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및 자가격리는 싫지만 화상강의는 좋다 등록금 제발 절반으로 깎고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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