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7일
(화상강의 중인데 눈뜨고 자느니 일기라도 쓰기로 마음 먹음)
(너무 졸림 지나치게 졸림 캠 강제만 아니었어도 누워서 듣는 건데)
(누워서 들으면 3초만에 잠들듯 불면증 약 없이 뚝딱 해결)
오늘은 엄마한테서 "잘 먹고 힘내!!!" 라는 카톡이 왔다. 엄마가 느낌표를 이렇게 많이 쓴 건 처음 본다. 의기소침했지만 다행히 눈 앞에 엄마가 있는 게 아니므로 카톡으로 힘낼게 라는 답장을 보냈다.
4, 5월은 우울증자에게 잔인한 달...
이 죽일 놈의 환절기...
집에만 있으라는 사회적 명령이 내려졌고 이런 기회에 실내에서 무언가를 쓰거나 읽으면 참 좋으련만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자가격리를 하라고 하니까 내가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7년째 기숙사에 살지만 기숙사이기 때문에 세대주를 등록할 수도 없고 나는 서류상 부모님 집에 있는데 그곳은 과외를 하러 갈 때만 오가는 곳이고 문득 내가 유목민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기숙사 환경이 나쁜 건 아닌데... 만약에 정말로 '락다운'이 벌어진다면 룸메이트와 나 둘이서 이 방에 갇혀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니 답답해졌다. 집... 집을 갖고 싶다... 나만의 집... 살 만한 집...
어떤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이게 맞을까? 이렇게 하루하루를 웹소설 읽기 유튜브 보기 게임하기로 소모해도 되나? 기숙사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사 가지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람의 가치가 주변에 의해 결정되는 거라면 내 가치는 뭐지?" (너에게 사랑받아 아팠다 만화 중에서)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스메라기 양 자신이에요." (카케구루이 만화 중에서)
위의 두 말이 수시로 나를 괴롭힌다. 내 가치는 내가 결정하는 걸까? 이때 내가 결정한다는 자율성은 사회에 묶여 있는 것으로...나를 거부하는 담론 속에서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대충 버틀러말) 이겠는데 힘들어요.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안 된다구요. 내 몸은 늘 무겁고 이 무거운 몸을 나의 허리 근육힘과 정신력을 써서 책상 앞에 앉히는 게 너무너무 어렵다구요.
사실 조금씩 하고 있기는 하다. 대충 2시간은 앉아 있을 수 있다. 이 정도에 만족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 될까요?
"어떻게 일어나요? 벌떡" (법륜스님 즉문즉설 중)
"하기 싫다 이 생각에 묶여 있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법륜스님 즉문즉설 중)
주저앉고 싶어
묶인 채로 침잠하고 싶어
어른스럽게 굴라는 사람들의 말
내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지만 나의 미숙함과 병적인 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폐들
넌 너무 진지해 라는 말
가벼워지려면 어떻게 하지?
몸뚱이 무게는 가벼워지고 있다 (이유: 안 먹어서)
어른스럽게 구는 것은 뭘까? 원인을 주체화하는 것?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하는 것? 친구들한테 정병 빔 발사하지 말기?
청소년 시절엔 애어른 소리를 듣다가 성인이 되니까 애새끼 소리를 듣는 아이러니
28살이라는 어중간한 나이
어중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안 미안합니다
더 이상 제 일기를 읽지 마세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을 보니 무슨 이상한 랩 같다 병신 같다 하지만 그냥 올려야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