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6일
아 진짜 개졸리다
이번주에 지도교수님이랑 지금 듣고 있는 강의 교수님 두 분이랑 면담하고 결국은 휴학 안 하고 수료를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면담을 하면서 느끼는 건 생각보다 사람들이 상냥하다는 건데... 그것이 교수라는 공적인 지위에서 나온 제스처든 그 사람의 천성에서 나온 것이든 그들이 내 말을 듣고 내 사정을 어떻게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데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들의 다중성? 다층적인 특성?에 대해 전보다 좀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적개심도 덜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일관성을 바랐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일관성을 바랐고, 일관성을 바란 것은 내가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대할 때 덜 힘드려고 그런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A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가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에 A가 아닌 거 같은 모습을 보일 때 나는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 모두가 어느 정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강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것 같다. 한편 내가 ‘피해망상’을 가졌다고 해서 내 자신이 병신같다 등의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몇 달 전부터 자살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도 흥미를 잃은 것 같다. 나 자신에게 그리 몰두하지 않게 되었달까. 요새 몰두하는 건 블러드본이랑 게임 실황 유튜브 정도다. 내가 몹시 바라던 게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아무튼 나는 괴롭기 싫고 즐겁고 싶었는데 이제 게임을 하는 데 흥미가 생겼고 심지어 몰두까지 할 수 있다. 그런데 ㅅㅂ 치질땜에 오래 앉아서 게임은 못 한다. 그러면 누워서 유튜브를 보면 된다. 이제 집에서 홀로 누워 있는 것에도 몰두할 수 있다. 누워 있는 게 너무 좋다! 억지로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눕고 싶어서 누웠고 그것에 안락함을 느껴 졸라 행복하다!
결론: 범사에 감사하고 행복하고 있다
뭘 할 때 졸린 것도 이제 그냥... 그렇구나... 너무 졸리면 집에 가서 자면 되지... 이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면담을 했던 선생님 한 분이 했던 말처럼, 나의 우울증을 약간 내가 어쩔 수 없이 보호해야 하는 병든 노모? 애기? 기타 등등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고, 얘랑 아무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그게 끝이다. 더 이상 얘를 죽이고 싶다던지 화를 내고 싶다던지 그러고 싶진 않다. 물론 가끔씩은 살해하고 싶고 화를 낼 것이지만 그건 뭐 다른 사람들이랑 지내면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니까. 대충 지금은 적당히 화해하고 얘도 내 진심을 알아 주었는지 암튼 적당한 정도로만 날 거슬리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위에서 언급한 선생님이 혹시 다른 곳에 글쓰는 거 있냐고 해서 일기를 쓰고 그걸 블로그에 아카이빙하고 있다고 하니까 방문자수 몇이냐며 물었고 대충 100명이라고 대답했는데 블로그 통계 보니까 그것보다는 좀 적었다 <- ㅋㅋ 아무튼 선생님은 꾸준한 독자가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라고 했는데, 어쨌든 글쓰기에 대한 칭찬? 인정?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일기 블로그에 대한 접근성이 생각보다 쉬워서 여기에 올리는 글에 적당한 검열?을 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검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혹은 두루뭉술하게 쓰곤 했는데 은근히 사람들이 잘 알아채기 때문에... 이것도 내가 만난 sensei 중 적어도 한 명이라도 보고 있는 게 아닐까?ㄷㄷ 아니 뭐 문제될 것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내가 이 블로그에 올린 글로 무언가 좆된다면 뭐 그거는 아마도 나의 잘못일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나의 잘못이 아닐 거야
무튼
아시발때려쳐휴학간다 하고 대충 2주간 학업 전반을 내팽겨쳤기 때문에 이제부터 주섬주섬 던져놓은 책을 주워서 읽어야 하는데... 뭐 그렇다고 으아 jasal된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살...? 그냥 할 수 있음 하는 거고... 공부? 하다가 졸리면 그냥 누우면 되지? 뭐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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