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5일
어제 돗포빅망을 등쿠션으로 쓰며 침대에서 책(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을 읽다가
'아!!! 대학원 못해먹겠다!! 공부에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 하기 싫은 걸 왜 하고 앉아있지 졸라 고통스럽고 나 자신을 책망하고 원한감정만 졸라 드는데????? 철학 같은 거 공부해서 뭐 성취감을 얻거나 인정을 받거나 그러고 싶지도 않은데 개빡친다 그만둬야겠다!!!'
라는 생각이 졸라 강하게 들면서 분노가 엄청나게 치솟았다. 이런 식의 발작은 처음이라 (그 이전에는 공부하고싶은데ㅠㅠ 왤케 공부가 안 되지ㅠㅠ 나는 재능이 없나봐ㅠㅠ 정신머리가 썩어 빠졌나봐ㅠㅠ <- 이렇게 삽질했었지 그냥 ㅅㅂ 다죽여 에렌된 게 처음이라) 누구한테라도 말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준호한테 전화를 걸었다. 준호는 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민규랑 한영이랑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만나서 이야기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했다. 나는 응 하고 관악02를 타고 낙성대에서 내려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갔다... (코로스때문에 일요일엔 정문을 폐쇄해서 입구역 가려면 굉장히 귀찮음)
가서 준호랑 이야기하고 한영이한테 부둥당하고 즙도 짜고 조금 진정이 되었다가...
다 같이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와서 이틀 전에 산 플스4프로로 블러드본을 하다가...
자고 일어났는데... 자고 일어나서 꿍월량 유튜브를 보다가 또 다시 '와!!! 못해먹겠다!!!!' 싶어서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는 다문화가정 한국어수업을 하러 자차를 타는 중이었다. 내가 "엄마 진짜 못하겠어 정말 공부 못 하겠어 그냥 예전이랑 달라 예전에는 어떻게든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잘 안 돼서 괴로운 거였는데 지금은 그냥 공부 자체가 하기 싫어 내가 왜 대학원 와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뭐 대충 이런 내용을 말했고 엄마는 그럼 그만 둬야지, 네 마음대로 해, 라고 말하다가 일단은 오늘 내가 바쁘니까 생각을 좀 해야겠다, 내일 다시 이야기해보자, 일단은 오늘 수업 있으면 출석만이라도 해라, 이렇게 말해서 알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 동교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만약 내가 자퇴 or 휴학을 한다면 동교를 통해 받은 글쓰기조교일 뒷수습? 등을 논의하고 싶었기 때문에) 동교는 학교 과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학교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한영이랑 점심을 먹으려고 한다며 같이 들겠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기숙사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전날 밤에 야식으로 시킨 피자를 아침에 실컷 먹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서 애들만 밥을 먹었고 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그리고 코로스 때문에 식탁에 마주 앉아 있을 수가 없고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는데, 개중에 칸막이가 없는 테이블에 주르르 나란히 앉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동교한테 대충 준호랑 한영이한테 토로한 것,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토로한 것을 좀더 격정적으로 토로했고, 동교는 일단 조교일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아무튼 동교랑 한영이한테 엄청나게 분노를 쏟아냈고 (너무 화가 난다? 철학을 파괴하고 싶다? <- ㅋㅋㅋ 자기효능감을 느끼고 싶다? 내 머갈휘의 한계를 시험하는 공부 같은 거 할 힘이 없다? 나만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그러니까 대체 불가능한 일 같은 거 하기 싫다? 대체 가능한 단순노동을 하고 싶다? 등등) 한영이와 동교는 왜 그렇게 화가 났냐고 물었다. 그 물음을 들으니까 갑자기 관통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모두들 마음 속에 사직서 한 통을 늘 구비하고 있지. 그런데 왜 분노가 수반될까? 아니 오히려 분노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완전히 집어삼켜버린 대충 주객전도된 상황? 왜 이렇게 되었을까? 를 고민하다가 동교와 한영이는 각자 자신의 것을 하는 장소로 돌아갔고 나는 기숙사로 다시 돌아왔다. 담배를 졸라 많이 피우고 머리 감고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안도르의 전설 보드게임 펀칭보드 컴포넌트 정리하고 개노잼 수업 듣고 있다. 뭐 맨날 최면 당하는 이상한 가정이나 취하면서 행위의 도덕적 어쩌구나 분석하고 있는 그런 수업 말이다.
와 진짜 왤케 화가 날까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진짜로 화<-에 잠식당했고 이게 나를 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아니 나 할 만큼 했고 나 그리 못난 것도 아니고 이왕 낳음당한 거 편하게 꿀 빨다가 뒤지면 되는데 왜 이상한 지적 허영심 인정이나 받겠다고 내가 이 고생을 했지 지적 허영심 같은 거 다 버렸다 나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독일어 공부하기 싫다 외국어 공부 졸라 싫은데 왜 억지로 해야 되는 거냐 영어만으로도 벅차 죽겠는데 그냥 안해!!! 씨발안해!!!!!!!!!! <- 이 상태됨
애들은 아무튼 나의 분노?하소연?을 듣고 대충 공부를 그만 두기는 해야 할 거 같다고 반응했다... 나라도 그렇게 말할듯... 준호는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완전히 충동적으로 굴어보라고 했다 그냥 휴학계든 자퇴서든 내 버리고 주변인들한테는 후통보 하라고 했는데 내가 거기까지는 좀... 싶어서 일단 몇몇 친구와 엄마한테 말을 해 버렸고...
나는....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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