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1일
1.
나를 위로하는 문장 첫번째: "아무도 내가 얼마나 혼자인지 모른다..."
그리고 두번째: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닐 거야!"
그리고 나를 무섭게 하는 것: 커서만 깜빡이는 빈 화면... 뭐라도 해서 유형의 결과물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 점점 약해지는 체력....
2.
마누라랑 데이트하는데 과외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왔다. "저희 애가 학원에 가기로 해서요... 앞으로 수업을 못하게 되었어요..." 저번 토요일에 수업했던 앤데 다음날에 잡혀 있던 수업을 취소하고 보충수업 기약을 잡지 않은 것에서부터 이 엄마가 다른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고 있구나 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그게 맞았던 것이었다. 이제 개강하면 평일엔 목요일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데 하필 마누라의 졸업논문 지도일이 목요일이어서 평일 낮에만 짧게 만나는 것으로 합의를 봤는데 토요일 일요일에 있던 과외 하나를 짤렸으니 토요일 오후에 만나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데다가 내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과외 학생 3명을 제 정신으로 가르치는 건 무리라는 사실에서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게 과외 하나가 정리된 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집에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피우면서 "자살하고 싶다... 뭐라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속으로 계속 읊었다. 그러다가 적어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닐거야 라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어떻게든 멘탈을 붙잡았다. 적당히 벌어서 아주 잘 살고 싶다!
3.
외롭기도 하거니와 뭐라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일기를 자주 쓰게 된다. 일기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고, 아무렇게나 써도 상관 없고 그게 부끄럽지도 않기 때문에 그렇다. 일기라도 마음 편히 쓸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고 싶은 말이 속에서 곪아 터졌겠지...
4.
일단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앉아서 독일어 단어장을 펼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행남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조언도 그렇고 연숙이 일기에서 본 "아마추어나 영감을 찾지 프로는 일단 뭐라도 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이다" 라는 내용도 그렇고 아무 생각 없이 뭐라도 만들어내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일테다... 그걸 결심하니까 내가 얼마나 허약하고 빼빼 말랐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짜 영감이니 지능이니 다 쓸데 없고 (엄청 쓸데 없는 건 아니지만) 체력이 좋은 게 짱이다... 뚝심 있고 성실한 사람이야말로 진짜 천재다... 진짜 잘 먹고 잘 자고 근육 길러야 하고 주경야독하려면 체력도 아껴 써야 한다. 당분간은 과외 학생 2명은 가르쳐야 먹고 살 수 있으니 슬프지만 친구들을 만나 노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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