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9일
1. 아주 크고 긴 책상을 사는 것은 실패했다... 대신 엄마가 지역 맘카페 글을 보고 어디서 얻어 온 책상을 들였는데 길이는 1200센티 정도 된다. 널찍한 작업 공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서운함은 있지만 꽤 만족스럽다. (공짜로 얻어온 거니까) 데스크탑과 27인치짜리 모니터를 두면 아주 부산스럽고 좁아질 테지만 현재 데스크탑은 벽돌 상태이고 내 게으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쓸 일이 없다... 그래서 현재는 방 구석에다가 데스크탑을 밀어놓고 책이랑 노트북만 뒀다. 책상이 생겨봤자 또 누워만 있겠지 싶었지만 생각보다 앉아서 무얼 그리거나 쓰거나 읽는 시간이 늘어나서 나 자신에게 놀라는 중이다. 물론 낮엔 더워서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피신해야 하지만, 아직 잠이 안오는 밤에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까지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사람은 책상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 대학로 쪽에서 자취했을 때가 생각난다. 아주 창렬한 지역이다보니 원룸 옵션에 책상이 없어서 앉은뱅이 밥상에서 과제를 하고 글을 쓰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봤던 21살 시절... 빌라를 좆같이 지어놨기 때문에 옆집 대학원생 남자 놈이 친구를 불러다가 미친 듯이 술판을 벌여서 안 그래도 정신병 걸릴 정도로 예민한 데다가 안 맞는 간호학과 다니느라 피폐했던 때라 잠을 못 자서 24시간 카페 가서 밤을 새거나 녹두거리로 가서 친구들 술자리에 끼기도 했었는데...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괜찮은 입식 책상과 좋은 의자가 있으면 게으르고 힘 없고 우울한 인간일지라도 전보다는 좀 더 작업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 오늘은 턱 보톡스를 맞았다. 엄마가 여기가 이 주변에서 제일 싸다고 간 곳이었는데 치과였다. 역시 미용시술이 돈이 되나 보다... 아무튼 엄마도 아빠도 옛날에 한 번 맞았던 곳이라고 해서 엄마가 오늘 점심에 예약해 놓고 나보고 점심을 사라고 해서 승낙하고 갔다. 그 치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왠 남자랑 여자가 탔는데 남자는 진짜 한량같았고 여자는 '코르셋 꽉 조인' 그런 여자였는데 치과에 도착해보니 그 한량같은 남자가 의사였다. 엄마는 치과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보고는 저 여자 대체 뭐냐고 손가락질을 해 보였는데 엄마가 이렇게 여혐을 할 때마다 늘 웃기고 새롭고 이상하다. 아무튼 설명을 듣고 보톡스를 맞았는데 내 얼굴에 크고 긴 바늘이 관통하는 느낌이 너무 생생하고 불쾌해서 오만상이 다 찌푸려졌다. 처음 맞았던 보톡스는 코 성형을 할 때 수면마취로 축 늘어진 상태에서 받은 거라서, 제 정신으로 보톡스를 맞은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까 낮에 바늘이 내 얼굴을 두 번이나 관통한 그 느낌을 떠올리고 몸서리치는 중이다.
그런데 그 한량 같은 의사와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어디 볼일이 있다가 우리의 예약 때문에 급하게 온 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보톡스를 맞을 때 알콜솜으로 소독 같은 걸 안했다. 맞고 나서도 알콜 소독을 안 했고... 그래도 명색이 주사 맞는 건데 소독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그 자리에서 뭐라 따지지 못하고 엄마랑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신경질 섞인 투정만 했다. 나중에 내가 괜히 짜증을 냈다는 걸 깨닫고 엄마한테 사과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짜증내고 나서 내가 사과를 한 바람에 엄마가 내 눈치를 살피느라 하지 못했던 불만을 막 쏟아 부었는데 나중 가서는 아빠와 오빠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투사하는 데까지 나갔다. 당장 1년 전만 하더라도 엄마가 이렇게 굴면 엄청나게 화 내고 소리 높였을 텐데 오늘은 내 잘못도 있거니와 예순 가까이 된 엄마가 철 없이 구는 게 웃겨서 그냥 묵묵히 들으면서 웃었다. (엄마가 짜증낼 때 웃으면 엄마는 싫어하지만 웃긴 걸 어떡하겠는가... 적어도 엄마한테 왜 아무 상관 없는 나한테 성질 부리냐고 말하는 것보다는 덜 싫어하니까 그냥 웃는다)
3. 보톡스 맞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얼마 전에 나온 사드 전집 2권을 읽었다.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이번에 처음 읽는 건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 있어서 역시 내가 변태성욕자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드 전집 1권은 조금 읽다 덮어버렸는데... 소돔 120일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꺼내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댜른이가 사준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도 중간까지 읽다가 책장에 꽂아 놨는데... 재미 없어서 그런 것이기보다는 누워 있는 게 더 좋아서 그랬었다. 오늘부터 무언가 기력이 생겨난 듯 하니 조만간 완독할 생각이다. 아무튼 보들레르도 똘추지만 사드는 더 한 똘추라서 웃기다. 루소도 똘추인데... 옛날 갓 모더니즘 태동할 시절에 활동한 '여성스러운' '지식인' '프랑스 남자'들은 하나 같이 다 똘추인 게 아닐까? 아무튼 사드도 읽고 보들레르도 읽고 루소도 다 읽고 나서 무언가 이 똘추들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오늘은 턱 보톡스를 맞았다. 엄마가 여기가 이 주변에서 제일 싸다고 간 곳이었는데 치과였다. 역시 미용시술이 돈이 되나 보다... 아무튼 엄마도 아빠도 옛날에 한 번 맞았던 곳이라고 해서 엄마가 오늘 점심에 예약해 놓고 나보고 점심을 사라고 해서 승낙하고 갔다. 그 치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왠 남자랑 여자가 탔는데 남자는 진짜 한량같았고 여자는 '코르셋 꽉 조인' 그런 여자였는데 치과에 도착해보니 그 한량같은 남자가 의사였다. 엄마는 치과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보고는 저 여자 대체 뭐냐고 손가락질을 해 보였는데 엄마가 이렇게 여혐을 할 때마다 늘 웃기고 새롭고 이상하다. 아무튼 설명을 듣고 보톡스를 맞았는데 내 얼굴에 크고 긴 바늘이 관통하는 느낌이 너무 생생하고 불쾌해서 오만상이 다 찌푸려졌다. 처음 맞았던 보톡스는 코 성형을 할 때 수면마취로 축 늘어진 상태에서 받은 거라서, 제 정신으로 보톡스를 맞은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아까 낮에 바늘이 내 얼굴을 두 번이나 관통한 그 느낌을 떠올리고 몸서리치는 중이다.
그런데 그 한량 같은 의사와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어디 볼일이 있다가 우리의 예약 때문에 급하게 온 거라서 그런지 몰라도 보톡스를 맞을 때 알콜솜으로 소독 같은 걸 안했다. 맞고 나서도 알콜 소독을 안 했고... 그래도 명색이 주사 맞는 건데 소독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그 자리에서 뭐라 따지지 못하고 엄마랑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신경질 섞인 투정만 했다. 나중에 내가 괜히 짜증을 냈다는 걸 깨닫고 엄마한테 사과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짜증내고 나서 내가 사과를 한 바람에 엄마가 내 눈치를 살피느라 하지 못했던 불만을 막 쏟아 부었는데 나중 가서는 아빠와 오빠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투사하는 데까지 나갔다. 당장 1년 전만 하더라도 엄마가 이렇게 굴면 엄청나게 화 내고 소리 높였을 텐데 오늘은 내 잘못도 있거니와 예순 가까이 된 엄마가 철 없이 구는 게 웃겨서 그냥 묵묵히 들으면서 웃었다. (엄마가 짜증낼 때 웃으면 엄마는 싫어하지만 웃긴 걸 어떡하겠는가... 적어도 엄마한테 왜 아무 상관 없는 나한테 성질 부리냐고 말하는 것보다는 덜 싫어하니까 그냥 웃는다)
3. 보톡스 맞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자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얼마 전에 나온 사드 전집 2권을 읽었다. <소돔 120일 혹은 방탕주의 학교>는 이번에 처음 읽는 건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 있어서 역시 내가 변태성욕자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드 전집 1권은 조금 읽다 덮어버렸는데... 소돔 120일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꺼내볼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댜른이가 사준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도 중간까지 읽다가 책장에 꽂아 놨는데... 재미 없어서 그런 것이기보다는 누워 있는 게 더 좋아서 그랬었다. 오늘부터 무언가 기력이 생겨난 듯 하니 조만간 완독할 생각이다. 아무튼 보들레르도 똘추지만 사드는 더 한 똘추라서 웃기다. 루소도 똘추인데... 옛날 갓 모더니즘 태동할 시절에 활동한 '여성스러운' '지식인' '프랑스 남자'들은 하나 같이 다 똘추인 게 아닐까? 아무튼 사드도 읽고 보들레르도 읽고 루소도 다 읽고 나서 무언가 이 똘추들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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