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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부모인 정신의학과 의사선생님께 "에쎌님은 저한테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한테 마음을 못 열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제가 힘든 건지 안 힘든 건지 판단이 잘 안 된다는 이상한 변명 같은 것을 황급하게 뱉었는데 선생님은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는 듯, 그러면서도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내가 선생님한테 어떤 식으로 보였는지가 눈에 보이는 듯해서 부끄러우면서 웃겼고 (전형적인 중증 우울자의 병적인 '둔감함') 선생님이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하긴 이 병원을 3년째 다니고 있으니까) 누가 봐도 내가 지금 힘들어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 안하는 사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니까 선생님께서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걱정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니까 그 표정이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어하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기뻤다는 것이다.
어쨌든 다음주에 다시 한 번 병원에 들르기로 약속하고 자기 전에 먹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유도제를 새로 처방받고 바로 이비인후과에 가서 비염약을 받아 왔다. 처방전 두 개를 들고 약국에 가니까 나 자신이 완전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같았다. 정신의학과에서, 이비인후과에서 처방 받은 약을 받으면서 약사 선생님은 코막힘을 억제하는 수도에피네프린이 신경 흥분제라서 메틸페니데이트와 중복되는 효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꼭 병원을 동시에 갈 땐 평소 먹는 약을 알려야 한다는 잔소리 비스무리한 당부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하고 얌전히 약을 받았다. 약을 받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나는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고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곱씹었다. 나는 힘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맨날 누워 있고 내가 걱정하는 것들이 쓸데 없는 걱정이고 나는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피곤함과 지침과 우울은 배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로부터 좀 쉬어야겠다는 소리를 듣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에쎌님은 굉장히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이제껏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울고 싶었다. '신뢰할 만한' 타인이 나의 힘듦을 걱정할 때까지 나는 내 몸이 내게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내가 지금 힘들어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도저히 나 자신을 추스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런데 내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되어서 기쁘고 슬펐다. 나는 겁이 많은 것 같다... 너는 게으르고 약하고 비열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가능성만 떠올려도 무섭다. 편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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