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일
어느덧
9월
이다
?
???
자주 가는 카페에 갔더니 사람이 와글와글했다. 거의 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의 자녀를 둘 법한 나이의 여자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황망하게 나와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그리고 정말 맛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가 모양 빠지게 머그잔에 담겨 있는 것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독일어 공부를 했다...(아마도) 한 5번 정도는 읽은 문법책인데 읽으면 이해가 된다... 외우질 못해서 그렇지...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읽으니까 너무너무 힘들고 의욕이 없었다. 요새 나는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 것 같으면 아예 생각을 멈춘다. 그런 탓에 고장난 라디오처럼 자살...자살...자살...만 반복하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면 자살 뒤에 이어지는 심오하고 깊고 쓸데 없는 부정적인 것들이 이어질 터라서) 이럴 때는 답이 없다. 빨리 집에 가서 누워 있는 게 상책이다! 안 그러면 괜히 불편한 카페 의자에 뭉기적 앉아 있어 치질만 악화되고 쓸데 없이 힘만 든다. (안 그래도 집 근처 항문외과를 검색해보기도 했었다...)
맛 없는 커피를 어찌저찌 다 마시고 짐을 챙기고 집으로 갔다. 이틀 전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듯 번둥천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는데 하늘이 무척 맑았다... 햇빛을 쬐니 뜨거웠는데 7월 말과 8월 초에 있었던 그 불지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걸어오면서 하루라도 더 살아 있는 건 대단한 일이고 어찌됐든 사는 놈이 강한 것이다 라는 이상한 적자 생존적 명제를 되새겼다. 안 그러면 정말 죽고 싶을까봐 그랬다... 가끔씩은 탈수 증세가 올 정도로 통곡하다가 칼로 온 몸을 긋거나 목을 조르면서 못 살겠다 못 살겠다 발작하고 싶기도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티고 최대한 안 좋은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기로 했다. 이래봬도 체력은 약하지만 정신력은 강한 편이다... (아마도)
얼마 전에 본 에밀 시오랑 봇 트윗 중에서 '낙관주의자만이 자살한다. 살아 있는 이유가 없는 사람은 죽을 이유 또한 없기 때문이다' 라는 게 있었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그 이유의 실현이 좌절될 것 같으면 죽고 싶어 날뛴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살아 있는 이유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굳이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의 경우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를 꼭 만들어야 하는 부류의 망가진 사람이라 지금 이 삶을 대충 생존게임 비슷한 걸로 규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더 롱 다크The Long Dark라는 게임의 샌드박스 모드는 하루라도 더 사는 게 목표다. 건강이 좆창나든 상관 없이 하루라도 더 버티면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2018년의 8월 31일의 나는 지금보다 점수가 안 좋은 것이다... 어쨌든 하루 하루를 꾸역 꾸역 넘겨보자... 라는 식으로 내 살아 있는 이유를 구성했다. 살아 있는 이유: 리-얼 생존게임에서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