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2일

1. 과외 일 하나를 정리했다... 이유는 학생 어머니가 싼 값에 지나치게 갑질을 해서이다. 안 그래도 자살 직전이라 멀쩡한 집이라도 도저히 일을 할 상태가 아니기도 했다. 어쨌든 과외 학생 자체는 괜찮았는데 과외 학생 어머니는 찔려서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일을 그만두겠다는 문자에 답이 없었고 (이 집 어머니는 지가 뭐 요구할 거 있을 때에만 답장 보내고 그 외에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는 의례적인 답장조차 보내질 않는 사람이다) 과외 학생만 나한테 "시험까지만 봐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거기다가 "진짜 미안한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 돼..."라고 답하니까 "네..."라는 아련한 답장이 왔다. 내가 잘못한 것은 1나도 없지만 괜히 내가 책임감 없는 사람된 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였지만 어쩔 수 없지... 어쨌든 일을 하나 정리하고 곧 수능을 볼 고 3 남학생 국어 과외 하나만 하기로 했다. 월 수입은 이제 45만원에 그치겠지만 일단 정신머리 상태가 나아지고 나서 일을 구하든지 하기로 했다... 올해는 과외 학생 학부모한테 데인 게 많아서 피해망상이 극심한 상태라 새로 일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다... 아무튼 그렇게 됐다.

2. 갑질하는 과외 학생네 어머니 욕을 하다가 엄마가 늘 그랬듯이 공감성 제로인 반응을 보였었는데 (원래 세상이 그래 라는 식의 대답) 안 그래도 정신 머리가 안 좋은 상태라 엄마 말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버렸고 덕분에 엄마랑 오랜만에 다투고 이틀 간 냉전 상태여서 며칠 전 엄마한테 저녁 사주겠다는 상투적인 화해법으로 해결했다... 엄마랑 나는 늘 같은 걸로 싸우고 같은 방식으로 푼다. 엄마가 "정말 우리는 궁합이 안 맞고 따로 사는 수밖에 없나봐"라고 말했는데 나도 동감했다. 동감하니까 엄마는 또 그것 나름대로 불만인 반응을 보였는데 결국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엄마는 도대체 나를 이해하고 싶지만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고 내 방식을 용납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하는데 나로서는 "가슴아픈할말이업내요..."라는 답밖에 할 수가 없다. 엄마가 나한테 요구하는 것은 나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라는 말과 다름이 없으며 무척 안타깝지만 엄마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 라는 식으로 대답하니까 대체 네가 말하는 근본적인 게 뭐냐고 엄마는 묻는다... 사실 그건 내가 엄마한테, 세상한테 묻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내 사고관과 가치관의 어떤 부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냐고 말이다...

아무튼 쌀국수를 먹고 (미스사이공 같은 가게였다) 엄마랑 산책하면서 몇 번 투닥거리고 엄마의 푸닥거리도 들으면서 어느 정도 엄마와 나는 서로에 대한 악감정과 섭섭함을 잊었다. 요새 외할머니는 입원 중인데 (어디 뇌의 신경에 문제가 생겼는지 몸을 움직이지 못하신다) 외할머니의 두 딸인 이모와 엄마가 돌아가면서 간병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는 몸도 정신도 많이 피곤했을 터이다. '와 미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엄마의 어떤 말과 행동을 당분간은 감내하기로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와 나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다고 한다. 엄마는 자꾸 젊었을 적 자신과 나를 동일시하는데 나는 그게 미치도록 짜증이 나고 제발 그만 뒀으면 하는 엄마의 못된 습관인데, 자기가 외할머니에게 품는 애증을 내가 자신에게 똑같이 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는 것이다. 당신 업보죠 뭐... 라고 대답하면 싸울 테니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엄마가 정말 불쌍하고 생각 하나만 고치면 엄마도 편해질텐데 그러질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니까 엄마는 폭소했다. '생각 하나만 고치면 편하게 살 텐데 왜 그러고 살아'는 엄마가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엄마의 푸닥거리를 듣고 나도 엄마에게 푸닥거리를 하면서 요새 나는 정말로 피곤하고 살기가 힘들고 엄마한테 응원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걱정을 해서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내가 정말 엄마한테 바라는 한 가지는 나를 격려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제발 가만히 냅둬 주는 것이다. 엄마는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몇 달 전에도 1년 전에도 n년 전에도 했으니 엄마는 또 까먹고 너 왜 그렇게 사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대고 그러게요...라는 힘 없는 대꾸를 하거나 아니면 화를 내겠지...

그 푸닥거리를 엄마가 기억했는지, 원래 내가 추석 연휴 중 하루 외할머니의 간병인 노릇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 아빠가 "엄마가 병원 안 와도 된대"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졸리고 힘들고 도저히 공부할 상태가 아니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얼마 전에 받은 수면유도제 덕에 오랜만에 달게 잤다"라는 식으로 하소연했는데 당연히 간병인 노릇은 아주 힘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또 죄책감이 들어서 그 마음을 없애려고 밖에 나갔다. 안 그래도 요새 환절기라 알러지성 결막염이 심해서 안약을 사야겠는데 라는 생각만 하고 약국에 가지 않았는데 산책 겸 약국에 갔다 온 참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웠다. 요새는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왜냐하면 내 건강 상태는 재기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되기 때문에... 진짜 세상이 나보고 뒤지라고 작정했나 싶을 정도로 인간들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주고 마음 기댈 곳은 1나도 없고 아무튼 사는 게 힘들어... 보릿고개 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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