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9일

어제 과외학생한테 벼락치기로 과학을 가르쳤는데 과학 94점 맞았다고 한다. 오늘은 수학 시험 전날 대비 수업을 했고 과외 어머니께서 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존니 마셨는데도 막 졸리고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가르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올 때 오랜만에 지하철 말고 버스를 탔는데 버스 창 밖으로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보고 어렸을 때 친구랑 걸어갔던 길도 보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낡은 빌라 같은 것을 봤다.

엄마아빠가 외식하자고 해서 저녁으로 아구찜을 먹었다. 엄마는 오늘 알게 된 주식 유튜버를 이야기하면서 네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하는데 너무너무 잘 가르치고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엄마아빠한테 오늘 가르친 과외학생 영어랑 과학 시험 다 잘 봤고 7월 초에 행복주택? 신청을 받는데 그거 신청할 거라고 하니까 그러면 세대주 분리를 하는 게 좋겠다면서 아는 친구들 중에 '서류상 동거인'을 찾아보라고 했다. 엄마는 요새 출판사 공고에는 지원 안 하냐고 물어봤다. 공고가 잘 안 올라온다고 대답했고 그러면 어떡하냐 라고 엄마가 물었다. 지금 하고 있는 과외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대충 9월에서 10월에 끝난다고 친다면 그 이후에는 학원 강사를 할 거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래 뭐라도 일을 해 보라고 대답했다.

요새 아빠는 가족 외식 때 술을 안 마신다. 집에서도 안 마신다. 안 마시니까 얼마나 좋아, 싸울 일도 없고, 요새 우리 집 조용하잖아 그치? 엄마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냥 으응 하고 대충 대답했다. 밥을 먹는데 사람은 대체 얼마만큼 슬프고 불안해야 숨이 멎을지 생각했다. 아무튼 너무 슬프고 너무 불안하면 사람은 죽긴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정지 기타 등등 뭐 아무튼 그런 걸 겪고 죽겠지. 자살을 할 만큼 슬프고 불안하다면 정말 제정신을 차리기 어렵겠지 하는 존니 당연한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나는 아구찜을 먹은 그때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정말 불안해서 미칠 거 같아서 차라리 침대 아래에 괴물이라도 나타나서 나를 으적으적 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불안이 허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허상인 불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너무너무 짜증이 난다. 머리로는 정말 많은 것을 알겠는데 그거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고 나 자신도 머가리로 알고 있는 지식과 논리로 통제할 수 없어서 기분이 안 좋다.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서 마음 먹은 대로 뭐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잘 나가다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픽 죽어버리는 한때 잘 나갔던 남자들처럼 그렇게 마음대로 하다가 마음대로 죽고 싶다.

죽기 전에 분명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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