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4일

지하철을 탔는데 맞은편에 앉은 커플이 무릎이 뻥 뚫린 데미지 진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도 느꼈었지만 찢어진 청바지는 너무 웃긴 것 같다. 특히 무릎 부근을 오려 놔서 이게 반바지인지 긴바지인지 헷갈리는 그런 바지를 보면 약간 귀두가 덜 잘린 고추를 보는 것 같아서 웃기다. 더군다나 커플 중 한 사람은 그 무릎이 오려진 부분이 완전히 잘리지 않은 채 밑으로 덜렁거리고 있었는데, 귀두가 간신히 붙어서 덜렁거리는 그런 모습처럼 보여서 웃겼다. 아무튼 데미지드 진을 보면서, 아니 왜 멀쩡한 옷을 뜯고 찢고 난리인 거지? 같은 생각이 드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허벅지 쪽이 찢겨진 청바지를 입히면서 이건 패션이야 라고 말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억지로 입었던 기억도 슬쩍 떠오르기도 했다. 내 눈에는 이상해 보이나 사람들이 소위 패션이라고 말하는 그런 것이 나는 너무 웃기다.

요새는 축 처지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그러지 않는다. 뭔가 경조증을 겪는 것처럼 고양되고 평소보다 말이 많고 빨라진 것을 느낀다. 친구들을 만나 말을 하면서 내가 너무 빨리 말하고 쉽게 흥분하는 것 같아서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말하려고 의식하고 있다.

최근에 부쩍 나 자신이 친구들한테 영향을 많이 끼치는 인간처럼 느껴진다. 이때 영향은 중의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의미다. 솔직히 내가 친구들을 소위 통상적인 의미에서 친구 이상으로 대하고 있고 그들에게 친구치고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 와중에 대체 적당한 친구란 게 뭔지 아직도 헷갈린다. 이러니까 친구를 가족 혹은 연인처럼 대하는 거겠지)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오롯이 나 자신과만 있게 되는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시간을 좀더 늘려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가장 책임이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 그게 버거워서 친구들을 찾아가고 그들을 착취하면서지내왔던 때가 많았음을 인정하고, 적당히 친구들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나 빼고 모두들 잘 살고 있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아도르노 수업을 들으면서 온갖 웹서핑을 하다가 사람인에 들어가서 취업공고 몇 개를 보니까 사람인에서 하루에 다섯 통은 넘게 메일이 온다. 님을 위한 공고입니다, 이런 공고는 어떠세요? 등의.

일단 이번 학기에 수강한 수업 두 개의 기말보고서를 어떻게든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음은 수선한데 갈피를 못 잡겠고 우울하고 그런 생각은 많이 줄어들어서 며칠 전부터 타로카드를 그다지 꺼내보지 않는다. 그래도 여름방학 때 타로카드를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 우울증자한테 많이 하는 조언 그거 있지 않은가. 취미를 가지라는. 그런 의미에서 타로카드를 취미로 삼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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